박소희의 질투 어린 눈으로

복합기

가로 566mm, 세로 640mm, 높이 1141mm의 흑백 기계는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나 생각보다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. 곤충이 머리-가슴-배로 분류되는 것처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이 밋밋한 기계도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한다.

머리에 해당하는 가장 상단부분은 수평선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나뉘어 있다. 위쪽의 흰색 플라스틱은 반쯤 열려있고 이 틈 사이에 얇고 검은 플라스틱이 꽂혀있다. 아래쪽의 검은 부분은 중앙이 텅 비어있으며 오른쪽 끝에는 10.1인치의 파란 스크린이 위치한다. 파란 스크린 속에는 여러가지의 아이콘이 나열되어 있다.

가슴에 해당하는 부분은 겉보기에 어떤 기능도 없어 보이나, 위쪽을 당겨 열면 이 기계의 심장을 발견할 수 있다. 흰색의 플라스틱 껍데기를 열면 두 개의 얇은 수대가 양쪽 끝에서 이 뚜껑을 지지한다. 왼쪽 상단에는 노랑yellow, 마젠타magenta, 시안cyan, 검정black의 색상을 띤 T자형 물체가 꽂혀있다. 그 아래로는 검은 색상의 가로로 긴 직사각형 판이 달려있다.

배에 해당하는 가장 하단부는 총 4칸으로 구성되어 있다. 위에서부터 1단과 2단의 세로 길이와 3단과 4단의 세로 길이는 서로 같고, 1단과 2의 세로 길이는 3단과 4단의 세로 길이보다 좁다. 오른쪽 끝에 달린 움푹 패인 손잡이를 당겨열면 각 칸마다 210x297mm, 297x420mm사이즈의 약 80g정도의 무게를 가진 흰색 종이들이 층층이 두껍게 쌓여있다. 4칸의 아래, 즉 이 기계의 가장 밑바닥에는 4개의 검은색 바퀴가 가장자리에 달려있다. 566x640x1141mm의 무거운 기계를 편히 이동시키기 위함일 것이다.


박소희강수빈, 이혜진, 그리고 새로운 질서와 함께합니다.